오히려 이 정부는 고집스럽게 버틴다. 한 번도 정책 실패를 자인해본 적이 없다. 소주성도, 공정경제도, 부동산 대책도 마찬가지다. 최근엔 세입자를 위한다는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이 취지와 달리 전세난 심화와 전세시장 대혼란을 불러왔는데도 흔들림이 없다. 2001년 임대료상한제, 계약갱신청구권 등을 처음 담은 상가임대차보호법 도입 때도 진통이 적지 않았으나 결국 시장에 안착했다고 항변한다. 경제정책의 효과란 게 한두 해 갖고 평가할 수 없지 않느냐는 식이다.
급하게 꺼내든 보완책도 ‘완력 자랑’ 일색이다. 잘못 끼운 첫 단추로 인한 병세(病勢)를 가리는 데만 급급하기 때문이다. 대출금리 인하 압박이 대표적이다. 부동산 ‘영끌 매수’가 각종 대출규제를 피해 신용대출 이상 급증을 불러오자, 정부는 바로 신용대출을 죄었다. 이 때문에 불과 서너 달 사이에 대출금리가 50bp(100bp=1%포인트) 이상 급등했다. 화들짝 놀란 여당 대표는 시중은행 관계자들을 불러 자영업자 등에 대한 ‘대출금리 인하’ 압력을 가했다. 정책적 처방이 아닌, 손쉬운 완력 행사에 기댄 것이다.
최근 내놓은 ‘건설임대 세제혜택’ 방침에선 ‘국민 갈라치기’까지 더해졌다. 임대사업자를 투기꾼으로 몰아 각종 세제 혜택을 취소하더니, 전·월세 매물 감소가 심각해지자 이번엔 펀드 투자가 가능한 민간의 건설임대에는 세제 혜택을 주겠다는 것이다. 수익을 혼자 갖는 임대사업자는 ‘악(惡)’이지만, 리츠와 공모펀드 투자자에게 수익이 배분되는 건설임대는 ‘선(善)’이라는 인식이다.
문재인 정부의 경제 처방은 대개 이런 식이다. 병을 줘놓고 검증과 반성은커녕 힘으로 틀어막는 억지 처방전만 낸다. 경제정책이 정치행위가 돼버리니, 관치금융을 넘어 ‘정치금융’이란 얘기까지 나온다. 독일 ‘라인강의 기적’을 이끈 질서자유주의의 태두 발터 오이켄은 “경제정책은 안정된 질서를 형성해야 하며, 시장 과정에 자의적으로 개입해선 안 된다”고 했다. 완력으로 시장에 개입하는 것을 당연시해선 성장과 분배 모두 요원해진다는 사실을 정부·여당은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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